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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책 리뷰] 1984년

by 김알리 2021. 4. 3.

 묘하게 불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가능할 것 같다. 물론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소설은 소설이니), 조지 오웰은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쯤에 위치한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치밀하게 만들어놨다. 너무나 노골적이고 친절하게 예측 가능한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묘한 세계관에 몰입하게 된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이 소설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20세기를 살아보지 못한 순진함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냉전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현실적이라고 여겼고, 1984년과 멋진 신세계 중 어떤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지 논쟁하곤 했다. 다행히도 지금의 세계는 전반적으로 독재보다는 민주주의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현실의 1984년에는 모든 시민들을 일일히 감시할 만한 기술이나 인력이 없었다. 그러나 점차 소설 1984년에 등장했던 것과 같은 감시 체계가 가능한 정도의 인공지능과 기술이 정립되어가고 있다. 현재 각 개인을 감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안면 인식 기술이 발달되었고, 중국은 그 기술을 사용하여 홍콩의 시위자들을 탄압한다. 드라마 '블랙미러'와 '이어즈 앤 이어즈'는 과학 기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제시한다. 정부는 둘째 치고 페이스북과 구글과 같은 대기업들이 모으고 있는 빅데이터만 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빅브라더는 이미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는 별개로, 집단적인 '이중사고'라는 것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중사고와 비슷한 인간의 심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은 정당화를 잘 하는 것이지 상충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믿는것은 잘 하지 못한다(인지부조화). 오히려, 상충되는 것들을 상충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당화를 이용하는 것이다(예: 스톡홀름 신드롬). 그리고 인간은 태어날 때 부터 일정한 자연법칙이 어느정도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법칙을 부정하는 이중사고는 집단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북한에서 김일성에 대한 신화가 공공연히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된 것이나 비과학적인 이론을 절대적으로 신성시하는 집단을 봤을 때 '집단 무지'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작가가 이것을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멋진 신세계를 읽어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완성해야지.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디스토피아가 꽤 취향에 맞는 것 같다. 인간과 세상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 지를 상상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 그리고 현재의 삶에 감사하게 된다.